이명박, 전봇대, 닌텐도 그리고 앱스토어
세상 사는 이야기
2009. 3. 13. 18:00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인 2008년 1월 인수위 시절에 전봇대 발언을 한다.
"선거 때 목포 대불공단에 가 봤는데, 공단 옆 교량에서 대형 트럭이 커브를 트는데 폴(전봇대)이 서 있어 잘 안된다. 짐은 태산같이 쌓였는데 그것(전봇대) 때문에 일이 안된다. 산자부 국장이 나와있어 (왜 전봇대를 옮기지 않느냐고)물어봤더니 '(전남)도도 권한이 없고, 목포시도 안되고, 산자부도 안되고, 그러다보니 못 옮긴다'고 했다"
그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한전, 산자부까지 나서서 해당 전봇대를 찾아서 급히 옮겼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과천정부청사를 방문하여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제했다. 그 회의의 보고 중에 닌텐도 게임기를 언급하면서
"온라인 게임은 우리가 잘 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같이 개발된 크리에이티브한 제품은 소니, 닌텐도가 앞서가는 게 사실"
"닌텐도 게임기를 우리 초등학생들이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말하며 국산화 필요성을 지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3월이다. 인수위 시절에는 말 한마디만 하면, 공무원과 관련 기관이 모두 나서서 전봇대를 찾아 옮기는 기적을 행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 닌텐도 게임기를 만들기는 커녕, 이미 만들어진 게임 소프트웨어도 국내에 적용되는 앱스토어에는 등록하기 어렵게 만든 행정절차를 그대로 두고 있다니. 대통령의 기적 행사는 인수위 시절에만 가능한 것이었을까?
대통령이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을 만들어 보라고 얘기했으면, 지경부와 산하 단체와 IT 기업 등이 힘을 합쳐 빨리 게임기를 만들고, 그 게임기를 위한 앱스토어도 만들고, 거기에 올라갈 소프트웨어 심의도 간편하게 하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벌써 2개월째인데 무엇을 만들었다는 뉴스는 안들려오고, 국내 심의 규정이 어쩌고해서 국내 개발자들도 국내 앱스토어에는 못올리지도 못하고, 해외에만 서비스한다는 둥의 뉴스만 들려오는가!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기적을 행하시어야 할 때인 듯 하다. 그저 "닌텐도 같은 거 만들 수 없느냐"같은 구체적인 주문이 필요한 듯 하다. 게임기가 되었든 스마트폰이 되었든 구체적인 하드웨어 스펙과 거기에 어떤 OS를 사용하고, 애플 앱스토어 형식의 시장을 조성하고, 그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내려야 한다. 마치 대불공단의 교량 옆 전봇대가 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듯이, 그래야 공무원들이 해당 전봇대만이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시나요, 대불공단의 전봇대는 해당 전봇대만 옮겨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마찬가지겠지요.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 기술이 우리에게 없어서 게임기를 못만드는 것이 아니겠지요. 앱스토어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런 시장을 만들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시장이 있어도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는 그냥 만들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규제와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데. 그런 불필요한 장애물들이 언제쯤이면, 모두 사라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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